2008년 05월 21일
그래픽을 만드는 게임, 게임을 만드는 그래픽
[쇼핑저널 버즈] 게임이 기획되고 만들어지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우선 게임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아이디어의 구체화 단계를 거쳐 캐릭터와 배경 설정이 차례로 다듬어진다. 그런 후 게임 프로그램이 작성되고, 최초의 시험 버전을 통해 수정 작업을 거치면서 비로소 하나의 완성된 게임이 탄생된다. 간략하게 정리한 일련의 과정 사이에는 수많은 세부 과정들이 있기 마련이고, 그 모습들은 게임마다 제각각이다.
2D 그래픽과 3D 그래픽은 게임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보면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먼저 2D 그래픽은 정교하다. 디자이너가 의도한 바를 게이머들에게 일체의 가감 없이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 또한 3D 그래픽과 달리 낮은 연산 능력의 기기에서도 안정적으로 구현될 수 있으며 화면 연출이 쉬운 것도 장점이다. 역사가 오래된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는, 2D 그래픽 팀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나름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
한편 3D 그래픽은 정교한 묘사가 어렵다. 디자이너의 실력은 물론 렌더링 장치의 연산성능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일일이 캐릭터의 애니메이션 스프라이트를 그려야 하는 2D 그래픽과 달리 한번 캐릭터를 만들어두면 움직임은 프로그램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카메라를 사용함으로써 영화와 같은 화려한 화면 연출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으며, 조명 등의 광원과 특수효과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스즈키 프로듀서는 이런 3D 그래픽의 장점 중에서도 마치 사람처럼 살아 움직이는 초당 30프레임이 넘는 풀 모션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버추어 파이터>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하나의 게임이 탄생하기까지는 여러 형태가 있는데, 이 경우 새로운 그래픽 기술에 의한 표현 가능성 하나만으로 10년 이상 게이머들에게 사랑받는 게임이 탄생한 셈이다.
■때로는 예술이 기술을 낳기도 한다
<버추어 파이터>의 스즈키 프로듀서는 그래픽 디자이너라기보다는 프로그래머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가 재미삼아 와이어 프레임 그래픽을 돌려봤을 때, 그의 눈은 분명 크리에이터로서 그것을 보았을 것이며, 그의 두뇌는 미술적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그 영감은 리얼한 인간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격투 게임 <버추어 파이터> 탄생으로 이어졌고, 게이머들에게 3D 그래픽에 대한 새로운 매력을 알게 해주었다. 유저들의 요구와 기술 발전에 의해 3D 게임은 급속도로 발전했고, 불과 몇 년 사이 신작 2D 게임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모든 게임 그래픽의 표준은 3D CG로 이행했다. 그 이후의 행보는 독자들도 잘 알 것으로 생각한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플레이 스테이션 2 국내 론칭 시 정식으로 소개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던 <이코>라는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은 환상적인 분위기와 압도적인 스케일의 배경, 그리고 소년이 소녀의 손을 잡고 성을 탈출한다는 심플하면서도 참신한 콘셉트가 특징이다. 일본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되었지만 일본보다는 북미와 유럽 쪽에서 더욱 더 좋은 반응을 얻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게임은 상업성과 예술성, 오락성이 공존하는 미디어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어떤 게임들보다도 예술성이 높은 것들 중 하나로 꼽는다.<이코>의 시발점은 한 신입사원의 포트폴리오 CG 동영상이었다. 메인 게임 디자이너인 우에다 후미토는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입사 전 광고 회사에 다녔다. 이때 만든 소년과 소녀가 함께 모험을 하는 동화 같은 느낌의 CG 영상을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입사 시 제출했는데, 이것이 그의 입사에 결정적 역할을 함과 동시에 게임 제작에 들어간 계기가 됐다.
제작 도중 영상 자체의 스토리나 설정의 잦은 변경, 그리고 플레이 스테이션에서 플레이 스테이션 2로 플랫폼까지 변경되었지만, 게임 <이코>의 제작 계기가 우에다 프로듀서의 CG 영상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이코>가 그래픽적으로나 게임플레이 자체적으로나 지극히 개인적인 작품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 같은 제작 배경 때문이다. 하지만 <이코>는 그 어떤 게임보다도 게이머들에게 강한 인상을 준 걸작으로 꼽히며, 우에다 프로듀서의 속편인 <완다와 거상> 역시 비슷한 이유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디자이너 로드니 그린블랫의 평면적 캐릭터를 3D로 구현, 종잇장처럼 표현해 독특한 느낌을 줬던 <파라파 랩퍼>나 <움 재머 래미>, 복고풍 CG를 그대로 구현해 환상적인 뮤직비디오 플레이 느낌을 줬던 모노리스의 영화원작 게임
물론 필자는 수많은 한국의 제작사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게임을 디자인하고 개발하는지 전부 이해하지는 못한다. 아마도 회사마다 그 형태 역시 제각각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 같은 둔한 사람이 알아챌 정도로 비슷한 형식의 게임들만 나오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비춰볼 때 개발 환경에 개선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의 다양한 인종 중에서 어떤 사람이 보더라도 멋지고 인정할 만한, 그야말로 ‘작품’이라 할 만한 게임이 탄생하려면 개발자부터 우선 ‘게임’이라는 단어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보는 것이 어떨까? 실은 나조차도 이런 고정관념에 둘러싸여 있었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슈팅 게임에서는 비행기가 총알을 쏴 적을 죽여야 해’라는 당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달리 생각해보니 비행기가 총알을 쏘지 않고 적을 잡아 던져서 다른 적을 맞추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수많은 기존 게임의 공식에서 벗어나 게이머를 즐겁게 해주는 것만을 생각하는 기특한 게임, 나는 한국에서 하루빨리 이런 녀석이 태어나기를 고대하고 있다. 게임 디자인의 주체를 ‘기획자의 장엄한 스토리’에서 ‘멋지고 개성 넘치는 그래픽’으로 바꿔보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와이어 프레임이 <버추어 파이터>로 진화하다
<버추어 파이터>의 예를 들어보자. 세가의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는 세계 최초의 3D 대전 격투 액션 게임이자 게임 그래픽의 표준을 2D에서 3D로 옮겨 놓은 기념비적 존재다.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인 <버추어 파이터 1>은 1993년에 발매되었으나 개발이 시작된 것은 1992년이며, 프로듀서인 스즈키 유우가 최초로 게임을 구상한 것은 1990년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때는 3D 게임은커녕 영화나 방송에서조차 제대로 된 CG를 구경하기 힘들었던 시절이다. 당시 스즈키 프로듀서는 가정용 컴퓨터에서도 실행될 만한 간단한 실시간 3D 그래픽 구현 프로그램을 통해 와이어 프레임으로 구성된 인간형 모델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큰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지금의 시각으로는 CG라 부르기 힘든, 막대 몇 개를 붙여 만든 캐릭터에 불과했으나, 그는 게임 디자이너로서 벡터 그래픽의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금세 매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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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I SPORTS | 파라파 랩퍼 |
2D 그래픽과 3D 그래픽은 게임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보면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먼저 2D 그래픽은 정교하다. 디자이너가 의도한 바를 게이머들에게 일체의 가감 없이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 또한 3D 그래픽과 달리 낮은 연산 능력의 기기에서도 안정적으로 구현될 수 있으며 화면 연출이 쉬운 것도 장점이다. 역사가 오래된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는, 2D 그래픽 팀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나름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
한편 3D 그래픽은 정교한 묘사가 어렵다. 디자이너의 실력은 물론 렌더링 장치의 연산성능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일일이 캐릭터의 애니메이션 스프라이트를 그려야 하는 2D 그래픽과 달리 한번 캐릭터를 만들어두면 움직임은 프로그램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카메라를 사용함으로써 영화와 같은 화려한 화면 연출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으며, 조명 등의 광원과 특수효과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스즈키 프로듀서는 이런 3D 그래픽의 장점 중에서도 마치 사람처럼 살아 움직이는 초당 30프레임이 넘는 풀 모션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버추어 파이터>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하나의 게임이 탄생하기까지는 여러 형태가 있는데, 이 경우 새로운 그래픽 기술에 의한 표현 가능성 하나만으로 10년 이상 게이머들에게 사랑받는 게임이 탄생한 셈이다.
■때로는 예술이 기술을 낳기도 한다
<버추어 파이터>의 스즈키 프로듀서는 그래픽 디자이너라기보다는 프로그래머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가 재미삼아 와이어 프레임 그래픽을 돌려봤을 때, 그의 눈은 분명 크리에이터로서 그것을 보았을 것이며, 그의 두뇌는 미술적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그 영감은 리얼한 인간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격투 게임 <버추어 파이터> 탄생으로 이어졌고, 게이머들에게 3D 그래픽에 대한 새로운 매력을 알게 해주었다. 유저들의 요구와 기술 발전에 의해 3D 게임은 급속도로 발전했고, 불과 몇 년 사이 신작 2D 게임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모든 게임 그래픽의 표준은 3D CG로 이행했다. 그 이후의 행보는 독자들도 잘 알 것으로 생각한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플레이 스테이션 2 국내 론칭 시 정식으로 소개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던 <이코>라는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은 환상적인 분위기와 압도적인 스케일의 배경, 그리고 소년이 소녀의 손을 잡고 성을 탈출한다는 심플하면서도 참신한 콘셉트가 특징이다. 일본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되었지만 일본보다는 북미와 유럽 쪽에서 더욱 더 좋은 반응을 얻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게임은 상업성과 예술성, 오락성이 공존하는 미디어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어떤 게임들보다도 예술성이 높은 것들 중 하나로 꼽는다.<이코>의 시발점은 한 신입사원의 포트폴리오 CG 동영상이었다. 메인 게임 디자이너인 우에다 후미토는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입사 전 광고 회사에 다녔다. 이때 만든 소년과 소녀가 함께 모험을 하는 동화 같은 느낌의 CG 영상을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입사 시 제출했는데, 이것이 그의 입사에 결정적 역할을 함과 동시에 게임 제작에 들어간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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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N 2.0 | REZ |
제작 도중 영상 자체의 스토리나 설정의 잦은 변경, 그리고 플레이 스테이션에서 플레이 스테이션 2로 플랫폼까지 변경되었지만, 게임 <이코>의 제작 계기가 우에다 프로듀서의 CG 영상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이코>가 그래픽적으로나 게임플레이 자체적으로나 지극히 개인적인 작품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 같은 제작 배경 때문이다. 하지만 <이코>는 그 어떤 게임보다도 게이머들에게 강한 인상을 준 걸작으로 꼽히며, 우에다 프로듀서의 속편인 <완다와 거상> 역시 비슷한 이유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디자이너 로드니 그린블랫의 평면적 캐릭터를 3D로 구현, 종잇장처럼 표현해 독특한 느낌을 줬던 <파라파 랩퍼>나 <움 재머 래미>, 복고풍 CG를 그대로 구현해 환상적인 뮤직비디오 플레이 느낌을 줬던 모노리스의 영화원작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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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다와 거상 | 버추어 파이터 |
물론 필자는 수많은 한국의 제작사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게임을 디자인하고 개발하는지 전부 이해하지는 못한다. 아마도 회사마다 그 형태 역시 제각각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 같은 둔한 사람이 알아챌 정도로 비슷한 형식의 게임들만 나오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비춰볼 때 개발 환경에 개선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의 다양한 인종 중에서 어떤 사람이 보더라도 멋지고 인정할 만한, 그야말로 ‘작품’이라 할 만한 게임이 탄생하려면 개발자부터 우선 ‘게임’이라는 단어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보는 것이 어떨까? 실은 나조차도 이런 고정관념에 둘러싸여 있었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슈팅 게임에서는 비행기가 총알을 쏴 적을 죽여야 해’라는 당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달리 생각해보니 비행기가 총알을 쏘지 않고 적을 잡아 던져서 다른 적을 맞추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수많은 기존 게임의 공식에서 벗어나 게이머를 즐겁게 해주는 것만을 생각하는 기특한 게임, 나는 한국에서 하루빨리 이런 녀석이 태어나기를 고대하고 있다. 게임 디자인의 주체를 ‘기획자의 장엄한 스토리’에서 ‘멋지고 개성 넘치는 그래픽’으로 바꿔보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게임칼럼니스트 이일규 게임 웹진과 잡지에 리뷰와 기획기사 기고는 물론 게임 로컬라이징 참여 등 다방면에서 활동 중이다. |
# by | 2008/05/21 12:32 | IT News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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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여기 저기 학회에도 참석하고 해봤는데,
정말 날로 바뀌고 진화 그래픽 카드와 이애 따라가는 랜더링 그래픽 분야의 발전.
하지만 이기사를 읽으면서 화려한 그래픽 많이 게임의 흥망을 결정하지 않는다는걸..
다시한번 각인하게 해준 기사.